ⓒ roof park project
긴자에 부는 새로운 바람, Roof Park Project
2026.10.11 긴자의 도로를 공원으로 바꾸는 네 가지 관점
2026.10.11 긴자의 도로를 공원으로 바꾸는 네 가지 관점
긴자에 더해지는 2km의 여유
긴자거리를 내려다보는 높이가 좋았다. 동경역을 오가는 열차가 눈높이와 비슷하게 지나갔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도 많았다. 얼마 전 참여한 KK선 개방 행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풍경이다. 지상의 거리에서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 주변 일대의 다른 표정이 보였다. 이 풍경만으로도 꼭 다시 오고 싶어졌다.
이곳에서는 지금 ‘루프파크프로젝트(Roof Park Project)’가 진행되고 있다. 긴자 주변을 지나던 도쿄고속도로, 통칭 KK선을 보행자 중심의 공공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기존 노선의 길이는 2,004m. 신바시 일대에서 유라쿠초를 거쳐 교바시 방면으로 이어지며 긴자를 길게 감싼다. 하나의 공원이 여러 동네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리다.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이 빼곡한 긴자에서 약 2km의 길이 머물 공간으로 바뀐다는 건 매우 큰 변화다. 쇼핑하러 온 사람,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 열차를 찍으러 온 사람이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장소를 쓸 수 있다. 점심을 먹고 잠깐 앉아 있거나, 약속 시간까지 기다리거나, 걷다가 풍경 앞에서 멈추는 것. 물건을 사거나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분주한 긴자를 이용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규모도 상당하다. KK선은 14개 건물의 상부와 13개 교량이 이어진 구조이며, 하부 건물의 전체 연면적은 약 9만7,000㎡다. 상부에 계획된 도시계획상 ‘광장’은 약 3만㎡로, 녹지뿐 아니라 지상과 연결하는 수직 동선과 보행로 등을 포함한다. 건물 위의 길과 아래의 상업·업무 공간을 함께 다루는 사업이다. 전 구간 정비 완료 목표는 2030년대에서 2040년대이며, 일부 구간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 roof park project
공원의 미래를 지탱하는 아래층
이 길의 역사를 알면 프로젝트가 더 흥미롭게 읽힌다. 민간기업인 도쿄고속도로주식회사는 도로 아래 공간의 임대수익을 건설과 유지관리에 사용하고 도로를 무료로 개방했다. 운영사가 일본 최초의 ‘민간 주도로 건설한 무료 자동차전용도로’라고 설명하는 방식이다. 위에서 차가 달릴 수 있도록 아래의 가게와 사무실이 비용을 뒷받침해 온 것이다.
자동차가 사라진 뒤에도 이 구조는 이어질 예정이다. 운영사는 부동산 임대사업의 수익으로 일반 개방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도쿄도와 함께 마련한 활용 방침에는 상부 공간의 매력이 하부 시설과 주변 지역의 활기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향도 담겨 있다. 공공공간과 상업공간이 서로를 지탱하는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셈이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그 관계가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어떻게 나타날지다. 아래 가게에서 음식을 산 사람이 위에서 쉬고, 위를 걷던 사람이 마음에 드는 골목을 발견해 내려가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출입구의 위치와 안내, 계단과 엘리베이터의 연결이 중요해질 것이다. 동시에 구매할 생각이 없는 사람도 편히 머물 수 있을 것이다. 상업시설에 활기를 더하면서 누구에게나 열린 장소로 운영하는 균형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 roof park project
먼저 열어 보고, 함께 만들어 간다
개방 행사에서 인상적이었던 것도 공간의 미래를 시민들에게 묻는 방식이었다. 정식으로 사업을 착수하기 전에 길을 먼저 열어 사람들이 걸어 보게 하고 설문으로 의견을 받는다. 도면을 보며 상상할 때와 실제로 시간을 보낸 뒤 떠오르는 제안은 다를 것이다. 공식 활용 방침에도 시민들과의 실험에서 얻은 내용을 시설 정비와 이용 방법, 운영 규칙에 반영하겠다고 명시했다.
참여의 규모도 작지 않다. 2025년 4월 18일과 19일 열린 ‘Roof Park Fes & Walk’에는 7,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전문가와 함께 길을 둘러보고 의견을 나누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장소를 경험하고 이해할 기회를 마련한 뒤 의견을 듣는다는 점에서 배울 것이 많다. 앞으로 어떤 의견을 왜 채택했는지까지 공유된다면 함께 만든다는 감각도 더 선명해질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협업 체계에는 도쿄도와 운영사, 치요다·주오·미나토의 3개 구와 지역 단체가 연계되어 있다. 파노라마틱스의 사이토 세이이치가 조율하는 ‘공동 창조 플랫폼’에는 건축, 제품, 그래픽, 카피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다. 공간의 형태부터 사람들이 접하는 물건과 메시지까지 함께 논의하는 구성이다.
ⓒ roof park project
좋은 디자인은 선택의 이유를 남긴다
운영사는 ‘Roof’라는 이름에 아래 공간의 존재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지붕이라는 말은 그 밑의 사람과 활동을 떠올리게 한다. 긴자의 지붕을 고치는 일에 그 아래의 일상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도 들어 있는 것이다.
로고는 일본디자인센터의 이로베 디자인연구소가 맡았고, 이름과 콘셉트, 스테이트먼트 개발에는 고니시 도시유키가 이끄는 POOL이 참여했다. 공식 웹사이트에는 로고 제작 과정이 여섯 단계로 공개되어 있다. 대문자와 소문자의 조합을 검토하고,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서체를 고른 이유를 나누고, 네 가지 시안을 비교해 계단을 모티프로 삼은 안을 다듬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런 기록에서 함께 만든다는 감각과 전문성을 동시에 느꼈다. 디자인의 작은 차이를 설명하고, 선택한 형태가 공간의 성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판단의 이유를 다른 사람이 이해하도록 돕는 일도 디자이너의 역할일 것이다. 잘 만들어진 결과물과 그에 도달한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를 더 신뢰하게 됐다.
긴자를 감싸는 위치, 눈높이로 지나가는 열차, 아래에서 계속되는 장사와 업무, 완성 전부터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과정. 시간이 흘러 긴자를 걷고 머무는 방식에 꽤 큰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언젠가 다시 올라갔을 때는 카메라를 든 사람들 곁에, 이곳을 편안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사진, 글 : DesignPharmacy
사진, 글 : DesignPharmacy